푸드넷도서추천.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 공통점은 버티기 [미식대담] 이용배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음식과 가게를 지속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한국 외식업의 최전선에 선 12인을 만나, 다방면의 주제에 대해 나눈 심도 깊은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대목들은 여타 인터뷰 기사나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는 셰프들의 현실적이고 진솔한 고민, 문제 제기, 고백이었어요. 얼마나 맛있고 얼마나 성공했냐를 어필하기보다, 음식을 완성하고 가게를 생존시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거쳤는지 들려줍니다. 그 토로의 과정에서 영업 비결이라 할 만한 정보까지 풀어내고요!

일단 등장하는 실무자 12명의 공통점을 꼽자면 ‘버티기’가 될 것입니다. 3, 5, 10년처럼 기한을 딱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책의 부제인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이 말해주듯 확고한 ‘자신의 것’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매일 걱정합니다. 매일, 매일, 매일. 내일은 손님이 와주실까……. 그래서 맛에 대한 방향은 바꾸지 않는 대신, 판매 방식을 한국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판매가 되고 안 되고는 상당 부분 그 방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맛 외적인 부분, 가령 음식을 제안하는 방식, 판매하는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구성할까 하는 문제도 판매 방식에 대한 고민에 포함됩니다. 저희가 시장조사를 하고 관찰하면서 한국 사람들은 빵을 좋아한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의식하고 있진 않은 것 같지만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마들렌(madeleine)이나 피낭시에 같은 종류가 케이크보다는 더 익숙한 맛이 아닐까. 그런데 제과점에선 보통 마들렌을 봉지에 넣어놓으니까 마들렌을 잘 알거나 그걸 사러 온 손님이 아니면 손이 잘 안 가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시식도 권하고, 구매하기 더 편하게 봉지 포장을 하지 말고 진열해서 판매하자. 갓 구운 느낌도 더 살리고, 익숙한 과자를 조금 차이가 나게 제시해보자.’ 이런 방식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새로운 형태였을 겁니다. 피에르 에르메 셰프가 다른 업무차 서울에 왔다가 매장에 들러 둘러본 후에 저희가 마들렌을 파는 방식이 새롭다고 얘기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메종 엠오, 오쓰카 데쓰야 & 이민선 셰프」, 31쪽)


저는 종합적인 맛, 예를 들어 기름의 맛, 소금의 맛, 단맛, 신맛 등의 배합을 결국 경험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각각을 얼마큼씩 배합했을 때 최종적인 만족도가 높을 것인가를 고민하죠. 고민해야 할 요소가 여러 가지예요. 하나의 음식을 한 숟갈 먹었을 때 만족도와 식사 중반에 느끼는 만족도가 다릅니다. 한식 국물 요리의 경우, 매운 깍두기를 곁들이면 국물이 깍두기의 온도와 결합되어 온도가 계속 떨어지는 한편 혀에는 마비가 오죠. 혀의 감각이 둔해지고 힘이 떨어질 때쯤, 어떻게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손님들한테 어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면, 그리고 음식의 온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설명이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식사의 끝에 가서 오는 만족감으로 당이 주는 포만감 외의 해법을 찾기가 어려워요. 이 점이 한식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예요. (「광화문국밥, 박찬일 셰프」, 114~116쪽)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한 브랜딩 ‘쇼콜라디제이’의 이지연 쇼콜라티에는 로고, 패키지, 인테리어, 홈페이지 등의 디자인 작업을 위해 여러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브랜딩의 원칙은 ‘디저트라는 주제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었다. “프랜차이즈처럼 서로 비슷해”지지 않고 사업의 확장성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섯 평이지만 평당 디자이너가 네 명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디자이너들의 공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일반 기업은 전혀 하지 않을 종류의 욕심을 부렸어요. [……] ‘자본이 있는데 왜 이런 브랜딩을 할까. 어떤 가게든 간에 왜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을까.’ 대부분 비용 절감을 디자인 쪽에서 하는 탓이겠죠. [……] 브랜딩은 대기업만 하는 게 아니라 가게 규모와 상관없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공간의 규모에 대한 모험은 하지 않았지만 브랜딩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가게도 첫인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쇼콜라디제이, 이지연 쇼콜라티에」, 317~318쪽)


목차

들어가는 말: 거리 두기와 궁여지책의 ‘아카이빙’

1 매일매일 같고도 다른 과자 만들기
- 메종 엠오, 오쓰카 데쓰야 & 이민선 셰프
2 재료, 이야기, 문화를 여행하는 요리
- 주반, 김태윤 셰프
3 머리로 분석해서 손으로 풀어내는 한식당
- 광화문국밥, 박찬일 셰프
4 자기 계발과 지속 가능성 사이의 모색
- 바 틸트, 주영준 바텐더
5 조리의 기본을 중시하는 한식 파인다이닝의 최전선
- 권숙수 & 설후야연, 권우중 셰프
6 경영과 제빵, 성공적인 겸업의 조건
- 라 뽐므 & 에뚜왈, 정응도 대표
7 남초 주류업계를 변화시키는 여성들
- 와인 & 스피릿 수입 유통, 박이경 & 정순나 매니저
8 차갑게 시작하지만 뜨겁게 끝나는 것
- 쇼콜라디제이, 이지연 쇼콜라티에
9 시대의 흐름과 콘텐츠의 본질을 매개하기
- 음식 콘텐츠, 김옥현 에디터
10 대중식당과 이탈리아 음식 세계의 정면충돌
- 트라토리아 챠오, 이주하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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